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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 현림은 후쿠시마시의 싸구려 호텔에 누웠다.
현림이 말했다.
“형. 형은 어떻게 그 때 지분을 처분할 생각을 했어? 그 때는 전일본이 다 비웃었잖아.”
“전세계가 다 비웃었지.” 현승은 웃으며 대답한다.
“왜 그런 결정을 했었어?” “해야 할 때는 해야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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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 나리타공항.
현승은 7월 그 사건 이후 다이쇼의 명령으로 서울로 내쫓겼고, 서울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부동산사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아직 큰 실적은 없었지만, 준비는 확실히 해나가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중, 오쿠타마 정신장해자 수용소 도후원 (1회 참조) 에서 그에게 급한 텔렉스가 왔다.
“백현승씨에게. (그들은 그의 일본 이름을 모른다) 유키 미카코 씨 위독.”
내용은 그것뿐이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그는 곧바로 나리타공항으로 출발했던 것이다.
공항에는 현승의 옛 밀정이었던 오하시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차로 가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하시군. 지금 회사 사정이 어떤가?”
“다이쇼는 전세계를 돌아 다니면서 프랜시스 듀포와 함꼐, 세계의 유명인사들을 만나느라 정신이 없으십니다. 하지만…”
그는 간신히 구한 듯한 재무지표들을 현승에게 보여 준다.
“닛케이 지수가 폭락한 이후에는 자금이 잘 안 돕니다. 더우기 트리옹페 사의 부채가 생각보다 많다는 말이 나돌더군요.”
“자네. 혹시 서울에서 일할 생각은 없나?” 현승이 물었다. “서울에 있기도 했지 않나.” “저는 일본이 좋습니다.”
현승이 말한다. “이미 일본 부동산은 오를 만큼 올랐어. 이젠 꺼질 일만 남았지. 한국은 부동산이 오를 게 너무나 많아. “
오하시의 얼굴빛이 약간 달라진다. 하지만 그는 말했다. “일본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어쩔 수 없군. 어쨌든 자료는 감사하네.”
회사에 들어오는 수입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특히 해외에 여기저기 무작정 인수해 놓았던 유키 호텔들의 손실이 상당히 컸다.
유키라고 이름만 바꾸어 달았지, 서비스도 나아지지 않았고, 현지에 맞게 경영하지 않고 일본에서 관광호텔 경영하듯 경영해서, 모두 합해 한 달에 손실이 거의 10억엔씩 난다.
더우기 도쿄 각지에 있는 100개가 넘는 빌딩들에서 세가 잘 걷이지 않았다. 돈 놓고 돈 먹기, 빚 놓고 빚 먹기 판이 끝나가기 문이었다.
유키 가의 총 자산은 2조엔, 150억달러 (지금 돈 60조원)라고 했던 미국 경제잡지의 보도는 과장된 면이 많았다는 것을 서울에서 지내 보니 현승은 알 수 있었다. 그가 한국에서 유키 가와 상관없이 행동해도 아무 제재도 없었고, 한국의 비지니스맨들은 유키 가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이다. 다이쇼가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도 주연 배우는 프랜시스 듀포이고 다이쇼는 조연이라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부동산 가격도 슬슬 하락할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현재의 부채비율이라면 부동산 가격이 20% 정도만 떨어져도 전체 자산이 0이 될 정도로 높아져 있었다.
다시금 재무재표를 보던 그는 지난 10월 수입이 52억엔, 지출이 138억엔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중 거의 1/3이 트리옹페 사의 이자비용이었다! 원금까지 합하면 거의 반에 가까운 돈이었다. 하지만 이 돈을 빼도 한 달에 17억엔이 손실이다.
안되겠다. 그는 곧바로 차를 회사로 돌리라고 명했다.
치요다구 유키 빌딩을 올라오는 현승은 회장실이 있는 층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직원들에게 제지된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 “왜지요?” “무슈 듀포가 오셨습니다.”
하필 그 새끼는 오늘 오는 거야? 그는 할 수 없이 한 층 아래로 내려가려고 했다. 이 때 그의 눈 앞에 유키 세츠코, 전에는 구조 세츠코라고 불리던 여자가 나타났다.
“어머, 켄케이씨. 오랫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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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들 잘 있습니까?” “네, 잘 있어요.”
그녀는 교토의 명문인 후지와라씨 중에서도 종가에 속하는 구조 가문의 딸이며, 말투나 행동에서 교양과 허세, 가식이 줄줄 흘렀다. 지금 입은 옷도 심플한 것 같이 보이지만 매우 비싼 것이다.
“아시는 지 모르겠지만 저는 히데토시 (재준)씨와 약혼했어요.”
그렇구나. 저 여자는 재준이 홑껍데기라는 걸 알까, 모를까? 상관없는 일이다. 오늘은 이 가문과의 인연을 끊으러 온 것이니까.
“언제 결혼할 겁니까?” “내년 하반기에요.”
이 때 재준이 마침 들어왔다. “켄케이. 무슨 일로 왔어?”
“아, 그냥 오랫만에 일본에 바람 좀 쐬러.” “네가 온 건 분명히 무슨 일 때문일 텐데. 세린, 이제 갑시다. “ “네.”
현승이 물었다. “세린이 뭐죠?” “아, 제가 유학시절에 쓰던 이름이예요. 세츠코는 너무 할머니 이름 같아서, 프랑스식으로 세린느라고 했고 줄여서 세린이라고 하지요. 그럼 이만”. 세린은 도도히 밖으로 나간다.
그러고 보니 현승은 샤오여의 소식을 도무지 알 수 없다. 현림도 말하기를 꺼리는 거 같고.
이 때 이나모리가 내려왔다. “안녕하셨습니까?”
“안녕하세요. 다이쇼를 뵈러 왔습니다.”
“다이쇼는 지금 만나실 수 없다는 건 아실 거 아닙니까?”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습니다.” “꿈 깨세요. 곧바로 캐나다로 출발하실 겁니다.”
“네?” “다이쇼는 몬트리올 교외에 있는 듀포의 저택에서 모두를 데리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겁니다. 듀포 가 사람들은 물론 뉴욕의 거물들도 모시고.”
그는 더 할 말이 없음을 알고 곧바로 빌딩을 떠나, 차를 빌려 오쿠다마로 떠나려고 했다… 아니다. 일단 저택에 한번 가 보자.
저택은 전과 똑같았다.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 호화로왔다. 여러 경매에서 사 온 수십억엔짜리 고흐, 마티스, 드가의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그는 거기 들어가 메이드들을 하나씩 체크해 보았지만, 샤오여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메이드장을 만났다.
“혹시, 중국에서 온 양샤오여는 없나?”
“없어요. 한 달 전에 이나모리가 어딘가로 데리고 갔어요.”
“혹시 쓰던 물건 같은 건? “ “다 버렸어요.”
동작은 하나 빠르군. 도대체 그녀를 놓고 또 무슨 음모가 벌어지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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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해자 요양소 도후원에 도착한 현승은,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 분명히 유키 가문에도 연락이 갔을 텐데? 현림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 새끼는 세계를 다니면서 엽색에 정신이 없다 보니 일본에는 잘 있지 않았다.
그는 미카코가 누워 있는 병실에 갔다 . 의사의 말을 들어 보니, 소생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이미 몇 달 전부터 몸의 거의 모든 기능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특히 현승이 지난 번에 다녀간 후 더욱 그랬다고 했다.
그는 의사의 안내를 받아, 미카코가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던 방으로 갔다. 중증백치인 미카코는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입장이라, 당연히 유물 같은 건 거의 없었고, 써 놓은 글 같은 것도 없다.
다만 그녀가 매우 아꼈다는, 이젠 낡아서 실밥이 터져 나오는 커다란 곰인형 하나만 있었다.
2조엔 재산가의 법적인 외동딸이 세상에 남긴 게 곰인형 하나라니, 역사에 남을 일이다.
“미카코 씨는 이 곰인형을 가져가려 할 때마다 발작을 했습니다. 딴 건 하나도 기억을 못하고 의식도 못하는데, 이 곰인형만은 엄마가 만든 거라고 절대 못가져간다고 끝까지 고집을 부렸었지요.”
“이 곰인형 제가 맡아도 되겠습니까? “ “그렇게 하시죠.”
엄마가 준 것? 즉 이쿠코가 준 것이라..
그는 혼자 살아서 바느질을 할 줄 알았다. 그는 직원에게 묻는다. “혹시 바늘과 실 있습니까? 이 곰인형도 곧 미카코 씨를 따라갈 텐데, 터진 모습으로 갈 수는 없지요.” “여기 있습니다.” 직원은 곧 반짓그릇을 갖고 나왔다.
방에는 현승 혼자 있다. 현승은 이쿠코가 미카코에게 준 유일한 물건인 곰인형의 실밥을 가위로 뜯었다.
곰인형 안에 집어 넣은 솜은 이미 눅눅해져 더 이상 쓸모가 없다. 그는 그 솜을 빼냈다… 그런데 솜 안에 종이 한 장이 보인다!
아주 얇은 종이여서 자세히 안 보면 안 보인다. 그는 솜이 흐트러지지 않게 아주 조심해서 종이를 빼낸다.
40여년 전에 펜으로 흘려 쓴 글씨여서 알아보기 힘들었다. 현승은 그것을 일단 나중에 보기로 하고, 주머니 속에 잘 숨긴 후 인형을 꿰매 미카코의 옆에 눕혀 주었다.
참으로 불행한 사람. 하지만 누구보다도 행복했을 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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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직원 숙직실에서 자고 있던 현승은 의사에게서 미카코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미카코의 중요성을 다케코도 알고 있을 텐데, 왜 움직이지 않는지 궁금했다. 그는 직원 식당에 가서 아침식사를 했다.
아침을 들고 올라오자, 과연 밑에서 고급차들이 여러 대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케코의 롤스로이스 (물론 운전수 딸린), 재준의 부가티, 재필의 마세라티, 현림의 페라리, 그리고 다이쇼가 특수제작한 이 지구상에 단 한 대 뿐인 전용차 등…
이나모리가 내려서 현승을 보자 그는 매우 놀란 듯했다. “아니, 켄케이씨. 왜 여기 있습니까?”
“미리 연락을 받았으니까요. “
다케코가 현승에게 꾸짖는다. “너는 왜 알리지 않았냐?”
“연락이 닿아야지요. 제가 연락하면 받지 않는데 어떻게 연락하죠?”
이들은 모두 미카코를 보러 들어갔다. 살아 있을 때에 조금이라도 잘했어야지, 죽고 난 후에 가면 뭐하나? 그리고 분명히 미카코에게 뭐가 남겨졌나 그거 보려고 왔을 텐데, 이미 한 발 늦었다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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